뇌를 관리하는 법
뇌는 이기적인 기관입니다. 위험 상황이 오면 뇌는 다른 장기를 포기하고 모든 에너지를 뇌로 모아옵니다. 장기 한 두개가 없다면 불편해도 삶을 살 수 있지만 뇌가 기능하지 않으면 살아있어도 삶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생존시스템이죠.
우울증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경정신과적 문제는 대부분 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안하는 거죠. 적당한 스트레스는 좋아하지만 자기가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는 짜증을 냅니다. 몸이 아파서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몸이 아픈 '통증'에 혹은 몸이 아프다는 사실 자체에 뇌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습니다.
결국 우울증 관리는 뇌 관리의 영역입니다. 우울증 약도 대체로 뇌에 작동합니다.
약도 중요하지만 뇌 관리의 첫번째는 수면입니다. 수면은 뇌에게 휴식을 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멀쩡한 사람도 며칠 잠을 못 자면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못하고 그게 몇달이 되면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집니다. 그럼 잘 자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당장 급하다면 약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만 장기적으로는 운동이 제일 좋습니다. 물론 운동에도 종류가 있지요.
50대 쯤 되면 갑자기 잠을 못 자는 어머니들이 있습니다. 그걸 단순하게 갱년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생활을 보면 갱년기와 상관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하루종일 집안 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신경 쓰는데 썼던 시간과 노동력이 갑자기 남아돌게 된 겁니다. 시간도 남아돌고 에너지가 남아요. 너무 피곤해도 잠이 안 온다고도 하지만 대체로는 몸에 에너지가 충분할 때 잠이 안 옵니다. 너무 피곤할 땐 잠이 안와! 잠이 안와!!! 하다가 갑자기 잠드는 경우가 많잖아요?
어쨌든 잠을 안/못 자면 뇌가 스트레스를 받고, 일정기간 이상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뇌기능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니 그전에 이런 악영향을 차단해야겠지요.
저는 잠을 못 자는 분들에겐 뛰라고 합니다. 운동하라고 하면 많은 어머니들이 '나 하루에 한두시간씩 걷는다'고 하시거든요. 느적거리며 긴 시간 하는 산책은 기운만 빠지지 에너지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짧은 시간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게, 한 마디로 3시간 산책 대신 30분 조깅이 지치진 않고 에너지는 시원하게 소모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시간도 절약되고요. (잠에 초점을 맞춰서 그렇지 사실 산책은 사색과 스트레스 해소에 굉장히 좋은 활동입니다.)
우울증도 마찬가집니다. 우울증이 심하면 방바닥에 달라붙어서 물도 안 마시고 화장실도 안 가고 멍하게 있거나 밑도 끝도 없는 생각만 하게 됩니다. 먹지 않으니 에너지도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불완전 연소된 에너지가 남아있는데 이걸 없애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에너지(더 건강한 에너지)를 채울 수 있으니까요.
무기력증이 너무 심해서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경우엔 방청소나 샤워같은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일상적인 생활은 어떻게든 해내고 있지만 불면과 피로, 우울증으로 고생하시는 분은 짧은 시간이나마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고강도란 걸어들어가서 후들거리면서 나오는 정도면 됩니다. 기어나와도 되요. 그래야 밤에 누웠을 때 30분 이내에 잠이 듭니다. 피곤하면 핸드폰을 보다가도 까무룩 잠이 들어요.
평생 운동을 전혀 안 했다는 분은 요가도 추천합니다. 요가는 고강도 운동은 아니지만 부교감신경을 활성화 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 되면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소화도 잘 되고 잠도 잘 오게 됩니다. 사바아사나 시간에 짧은 시간이나마 깊게 잠들 수 있는 이유가 그겁니다.
뇌에게 휴식을 줬으니 이번엔 밥을 줘야죠. 뇌는 당을 좋아합니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먹으면 포도당으로 바꿔서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단백질도 포도당으로 바꿀 수 있지만 단백질은 다른 데도 많이 쓰이니까요.) 그 중에서도 초콜렛같은 당으로 된 성분은 들어오자마자 뇌가 먹어 없앨 수 있는 재료입니다. 당 조절을 못하는 당뇨병을 앓는 분들이 당이 급격하게 떨어졌을 때 사탕을 먹는데 그 이유랑 비슷합니다. 즉각적인 효과가 있죠.
저는 하루에 한번, 밥숟가락으로 하나정도 설탕을 먹습니다. 주로 커피나 차를 마실 때 넣어서 달달하게 먹습니다. 식사는 단백질 위주로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먹는 시간도 제멋대로지만 이 설탕은 매일 비슷한 시간에 거의 비슷한 양을 먹어서 그런지 갑작스런 탄수화물 욕구가 일어나지도 않고 뇌도 비교적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당을 먹자마자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은 한 적이 없지만 갑작스런 감정변화나 기운이 쑥 빠지는 일 같은 건 없으니까 효과가 있나보다~하고 있습니다.
다만, 몸 안에서 여유분의 당은 지방으로 변해 저장이 됩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해서) 지방을 먹고 지방으로 저장되는 것보다 탄수화물(당)이 지방이 되면 더 빼기도 힘들고 나쁜 형질의 지방이 되기 때문에 나쁘다고들 합니다. 항상 적당히가 중요하죠. 적당히란 나에게 맞는 양입니다. 이리저리 시험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스트레스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다 나쁜 건 아닙니다. 문제에 닥쳤을 때 문제를 해결하려고 뇌는 활발하게 움직이는데 이건 좋은 거죠. 다만 문제가 너무 커서 혹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문제 해결을 하려고 하지 않고 포기해버리는 게 문제적입니다.
포기는 사고방식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포기가 편하긴 합니다. 애쓰고 노력했는데 실패하면 마음도 아프고요. 그래서 아예 시작도 안하는 사람이 많죠.
하지만 삶을 계속 유지하실 생각이시라면, 스트레스 없이 살 수는 없습니다. 이건 제 뇌피셜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누구도 피해갈 순 없어요. 어딜가든 이해 안가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보기 싫은 사람도 있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에 닥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매번 회사나 알바를 때려칠 수도 없고 매번 절교를 하거나 헤어질 수도 없습니다. 힘들다고 늘 포기하다보면 더 이상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징징대는 것도 10대 20대 초반에나 귀엽지 다 큰 어른이 징징거리기만 하면 친구는 없어지고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지도 못합니다.
어떤 스트레스는 피하고 어떤 스트레스는 헤쳐나가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좀 더 유연하고 여유로워 보이는데 제가 느끼기엔 그런 분들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처리할지 선택을 빠르게 잘하고 요령있게 처신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남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나의 문제와 스트레스를 나의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한번에 성공하려고 하지 마시고 이것저것 해보시며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아무도 쫓아오지 않으니 빨리빨리 하실 필요없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설탕 한 숟가락 먹으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