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아웃
우울증의 원인 본문
코로나 우울증이 돈다고 하네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활과 활동 반경이 제한되니 답답함과 조금함, 기운 빠짐 같은 걸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수입에 문제가 생긴 분들은 더 격정적인 감정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게 벌써 몇주째니까요. 현재 우리는 집단적인 (혹은 사회적인) 트라우마(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게 맞습니다. 다만 저는 이 상황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지 강도 높은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집단이 어떤 심리적인 충격은 받는 일이 의외로 많습니다. 인간사에 테러나 전쟁, 큰 사건과 사고는 빠질 수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어떨까요.
저는 우울증의 원인을 크게 세가지로 나눕니다. 유전, 성격, 환경.
우울증이 유전인지 아닌지는 (제가 알기로는) 아직 판명되지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리고 유전이 아니더라도 가족 중 한 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다른 구성원도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져요. 특히 가족 내 영향력이 큰 부모가 그럴 경우엔 더더욱 그렇겠죠.
유전이랑은 상관없이 체내 호르몬에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청소년기에 겪는 사춘기나 중장년층이 경험하는 갱년기 모두 호르몬이 변하면서 몸과 마음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호르몬이 짧은 시간에 극단적으로 변하는 예가 대표적으로 임신과 출산입니다. 임신을 한 순간부터 호르몬이 급격하게 변하고 출산을 한 뒤로도 다시 크게 변합니다. 단지 몸이 힘들어서 감정이 격하게 변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닙니다. 그냥 호르몬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좀 더 일상적으로 보면 여성의 경우엔 생리주기에 영향을 받고요, 남성의 경우에도 생리와 같은 현상이 없어서 눈에 띄지 않을 뿐 호르몬 사이클이 있어요. (6주에서 8주 사이클이라고 기억합니다.)
자신이 어떤 사이클을 보이는지 한번 쯤 관찰해 볼만 합니다. 꼭 호르몬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우울증에도 사이클이 있긴 하거든요.
성격은 타고 나는 건지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고방식이나 언행이 항상 부정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만사 부정적이라고 다 우울증에 걸리는 건 아니지만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주변과 사회를 모두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부정적으로만 사고하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영화 비포선셋에서 제시가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긍정적인 사람은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도 6개월 쯤 지나면 다시 긍정적이 되고, 만사에 투덜거리는 사람은 로또에 맞아도 6개월 쯤 지나면 다시 투덜거리는 사람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예를 들기도 합니다.
물론 만사 부정적인 성격만 나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세상엔 강박적으로 긍정적인 사람도 있거든요. 모든 일에 과하게 긍정적이고 좌절이나 슬픈 일을 겪어도 즉각적으로 긍정적으로 반응을 해야만 하죠. 이게 심하면 강박증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고 발동되는 강박증은 결국 우울증이나 무기력증, 번아웃증후군 등을 불러옵니다.
마지막으로 외부적, 환경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코로나 우울증도 환경적인 영향으로 인한 우울증이죠. 그 외에도 불우한 유년시절, 가깝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우울증으로 자살을 했을 때,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정도의 아주 충격적인 사건과 사고를 겪었을 때 우울증에 걸리기도 합니다. 아주 강렬하진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언행에 노출되는 사람도 우울증에 걸리기가 쉬워요. 그래서 감정노동을 하는 분들 소방관, 경찰, 대민사업을 하는 공무원의 정신건강이 안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공무원의 자살률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상당히 높습니다.
제 경우엔 호르몬의 영향은 크게 받진 않지만 세 가지 모두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친척 중에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이 많고(유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부모님 두분 다 자살시도 경험이 있었습니다. 가정환경은 금전적으로도 안 좋았지만 불화가 심한 쪽이었고, 타고난 건지 이런 환경의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부정적인 사고방식은 좀 고친 편이긴 합니다. 정확히는 만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버릇과 깊게 생각하는 버릇을 고쳤다고 해야겠네요. 짜증이나 화가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 좋은 방법인데 어렵긴 하지만 의지를 갖고 조금 훈련을 하면 되긴 합니다.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병원에 가든 상담을 받든 우울증에서 치료란 우울증의 원인을 찾는 과정입니다. 일단 원인을 찾아야 어떻게 대처할지도 답이 나올테니까요. 그 원인이 하나인 경우도 있지만 저처럼 복합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원인을 찾다보면 무심코 살아온 삶을 다시 헤집고 그래서 다시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이런 작업이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은 자기 삶을 되돌아보지 않거든요. 어려우니까요. 자기 삶을 스스로 되돌아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의사, 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그 분들의 역할은 우리가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좋은 의사와 상담사는 자기 의견을 환자에게 어필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환자 스스로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합니다.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잠깐 멈춰서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돌보세요. 지금은 멈춰서고 뒤쳐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나중에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건강하게 살기 쉽지 않네 > 우울증 관리설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트레스와 교감신경 활성화 상태 (0) | 2020.06.15 |
---|---|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0) | 2020.04.05 |
뇌를 관리하는 법 (0) | 2020.03.22 |
우울증 약 (0) | 2020.03.11 |
우울증이란 무엇인가 (0) | 2020.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