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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을 유지하는 법 본문

건강하게 살기 쉽지 않네/우울증 관리설명서

컨디션을 유지하는 법

如雲 2020. 8. 3. 01:02

컨디션을 유지하는 법은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논문도 필요없어요.

그냥 규칙적으로 사는 겁니다. 규칙적으로 먹고 자고 싸고 일하고 쉬고 운동하면 됩니다.

대학생 때는 컨디션이 엉망이다가 직장인이 되고 나서 혹은 군대를 가니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서 그렇습니다.

여기에 기왕이면 좋은 걸 먹고 좋은 똥을 누고 좋은 수면의 질을 유지하며 일은 생산성이 높도록 열심히 하고 쉴 때 확실히 쉬고 운동할 땐 확실히 운동을 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대체로는 어떤 굴레가 없으면 규칙적으로 사는 거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저는 규칙적이지 않은 일과 규칙적이지 않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지만 생활은 꽤나 규칙적입니다. 매일 해야하는 건 루틴으로 만들어 놓고 따르는 편입니다. 일단 루틴이 몸에 배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움직이니 일상생활에서는 더이상 규칙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몇달처럼 일이 중구난방일 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어쨌든 루틴이 깨지게 되고 루틴이 깨지지 않더라도 체력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저는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만화책이나 드라마 몰아보기를 하는데 상황이 좋을 땐 1시간정도 보면 되지만 컨디션이 나쁘면 하루에 10시간 12시간 씩 봅니다. 그럼 안그래도 불안정하던 루틴이 바사삭 깨져버립니다.

 

그 바사삭 깨진 루틴과 정신상태와 체력이 지난 일주일간의 저였습니다. 체력과 정신상태를 겨우 정상상태로 올려놨으니 이젠 다시 루틴을 만들어야 하죠. 인간은 규칙적인 것에 적응을 잘하고 그런 상황을 좋아하게 되어있습니다. 심지어 고통도 규칙적으로 느끼면 우리는 적응하게 되어 있어요. 그래야 다른 걸 할 수 있으니까요.

우울증도 적응됩니다. 우울증인 상태에서도 멀쩡하게 살 수 있어요. 우울증에도 규칙이 있고 패턴이 있으니까요. 패턴을 알게 되면 우울증을 관리할 수 있고 그 상태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사는 예의 끝판왕은 군대일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 수는 없고 그렇게 살 필요도 없죠. 애초에 '규칙적으로 산다'는 의미가 꼭 시간에 맞춰 산다는 의미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를테면 저는 남이 보기엔 규칙적으로 살지 않지만, 제 나름대로는 규칙적으로 산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규칙은 이렇습니다.

1. 잠은 6시간 이상 잔다.

2. 운동은 1시간 이상 한다.

3. 밥은 하루에 2끼를 먹고 가능한 건강하게 먹는다.

4. 피아노는 2시간 친다.

5. 한 글자라도 읽는다.

6. 경제 공부를 한다. 등등.

 

이런 식이죠. 시간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오늘 할 일이 이미 대체로 정해진 상태에서 움직입니다. 저기에 돈 버는 일을 넣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넣는 겁니다. 일정과 체력에 따라 할 일은 이리저리 시간을 옮겨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예 안 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제가 루틴이 깨졌다고 느끼는 첫번째 신호는 피아노를 3일 이상 안 치는 겁니다. 그러다 공부도 안하고 운동도 안하게 되고 그럼 잠을 잘 못자고, 그럼 먹는 것도 엉망이 됩니다. 이러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겠답시고 하루에 열 몇시간씩 드라마를 보는 겁니다. 상태가 심하면 하루에 스무시간씩 며칠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드라마만 보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실제로 어느정도 스트레스가 해소가 됩니다. 몸은 안 돌아오지만요-ㅠ-ㅋ

 

사람마다 어떤 패턴이 있어요. 그 패턴이 남과 같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자기 패턴을 파악하는 건 중요합니다.

뭘 먹어야 소화가 잘 되고 훌륭한 똥을 눌 수 있는지, 무리는 안되지만 체력이 도움이 되는 정도의 운동량은 어느 정도인지, 내가 즐거워 하는 일이 뭐고 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건 무엇인지, 꼭 해야하는 일과 피할 수 있는 일, 나의 바닥은 어디인지 내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나의 상태가 어떤지, 거기서 벗어날 때는 어떤 패턴이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 중에 그 무엇도 남이 가르쳐 주는 게 없습니다.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도 안 알려줘요. 말해주고 싶어도 못 합니다. 모르니까요. 물론 이분들에게 솔직하고 세세하게 자기 생활과 감정상태와 몸상태를 말해서 같이 패턴을 찾을 수는 있을 겁니다. 혼자 안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이라도 받아야죠. 하지만 그것도 다 기록을 해야 정확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어쨌든 첫 걸음은 스스로 떼야 합니다.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이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론 '의지'나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자주 웃고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일단 다루기 힘든 뇌나 마음보다는 몸과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규칙적으로 만드세요. 루틴을 만들어놓고 한번 적응을 하면 생각을 안해도 됩니다. 먹고 자고 싸는 걸 고민하고 하지 말고 그냥 저절로 하게 만들면 거기에 소모되는 에너지 자체(=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심한 우울증 환자는 일생생활을 하는데도 하늘의 기운까지 끌어다 써야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생활을 루틴화=자동화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죱.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지 말고 패턴을 찾으며 천천히 하세요. 어차피 우리가 우울증 걸린 거 아는 사람 별로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으니까요. 우울증은 평생을 관리하며 살아야 해서 사실 별로 급할 것도 없어요. 일주일 열흘 한달 일년 좀 늦는다고 인생 안 망합니다. 놀면뭐하니 보면서 현실도피를 해도 린다 언니 보면서 기분 좋게 웃었다면 그것도 충분히 가치있고 도움이 되는 현실도피가 됩니다. 이 또한 패턴으로 참고할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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