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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주세요 본문
얼마전에 모던 러브라는 시리즈를 봤어요. 다양한 방식(종류)의 사랑이 나오는데 꽤 훈훈합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게 울고불고 역경을 이겨내는 이성애적 사랑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보여주고요.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을 갖고 살아가고 있고, 그런 다양함과 개성을 인정하는 진정한 친구, 연인, 가족, 나 자신이 사랑인듯~ 하는 내용입니다.
여튼 모던러브의 세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조울증을 갖고 있더군요. 나이가 들도록 그럭저럭 잘 숨기고 살았고요. 물론 또라이란 소문이 돌았겠지만 애초에 누구와도 오래 인간관계를 유지하지 않았고 직장도 자주 바꿨으니 직접 그런 소문을 들을 일도 없었겠죠.
주위를 기울이는 사람이라면 (혹은 오지랍이 넓은 사람이라면) 관찰에 의해 '저 사람이 혹시~'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고요.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자기 자신도 마찬가집니다.
이런 걸 완벽한 무관심이라고 말할 순 없어요. 정확히는 잘 알지 못하는 걸 공부를 하면서 알아낼 정도의 관심은 없는 거겠죠.
이 정도의 적당한 무관심은 아주 좋은 겁니다.
적당한 관심+적당한 무관심은 관대함과도 어느정도 연결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현실에 잘 적응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지랄맞아 보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보기보다 잘 용서하고 이해도 잘 해주고 관대합니다. 아는 사람에겐 특히 더요. 알려주지도 않는 걸 막 헤집고 뒤집고 알아낼 만큼의 관심(오지랍)은 없지만, 실제 사례를 보여주며 사실을 설명해줬을 때 그걸 거부할 만큼 무관심하지는 않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진정한 친구'를 '돈을 빌려줄 수' 혹은 '돈을 그냥 줄 수'있는 사람이라고도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물론 돈이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요. 나라는 인간의 또라이같은 면을 알고도, 혹은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하고도 나와 친구/연인/가족 관계를 맺는 사람이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삶에는 다양한 고민과 걱정이 있는데 그 중에 돈만 해결해준다면 (과연 돈이 남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인가 하는 것도 고민해 볼만 합니다만 어쨌든) 사랑이 되는 걸까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나요? 아님, 돈만 좀 쥐어 주면 된다고 생각하나요?
한국 사람들은 친하고 허물없는 사이엔 함부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족, 연인, 친한 친구라는 명목으로, '진짜 내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답시고 상처입히죠. 당신의 진정한 모습이란 게 가장 잘해주고 사랑을 표현해야 할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주고 함부로 하는 거라면... 님 인성에 문제 좀 있습니다.
돈의 관점으로 생각하면 적당한 관심과 무관심, 이해, 관대함 같은 건 정말 싸면서도 정말 비쌉니다. 이걸 보여주는 데는 돈이 하나도 들지 않지만 이걸 얻어내는 데는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얻기가 힘들 거든요. (물론 돈으로 관대함과 아량을 잘 혹은 쉽게 보여줄 수도 있고 막대한 자금으로 그걸 일부분 얻어낼 수도 있긴 합니다. 어려울 뿐 가능하긴 합니다.)
돈으로 관대함과 아량을 보여줄 생각이 아니라면, 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의 믿음과 관심을 보여주며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이해와 관대함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겁니다.
상대방이 무관심과 몰이해를 보여준다면? 여러분의 믿음과 관심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던 겁니다. 타인의 무관심과 몰이해는 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건 그 사람이 해결해야할 그 사람의 문제이죠. 나의 불신과 무관심이 타인의 문제가 아닌,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처럼요. 나한테 문제가 있어서 저 사람이 나를 받아들여주는 게 아닙니다.
나의 성격과 개성은 저 사람의 몰이해와 따로 노는 주제입니다만 그게 어느 지점에서 잠시 부딪혔던 것 뿐입니다. 그게 사회적인 인간의 삶이거등요. 어쨌든 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성격과 개성을 내가 이해를 못한다고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나의 몰이해와 무관심은 나의 문제니까요. 내가 이해를 하든 말든 그 사람은 잘 먹고 잘 살 거에요. 마찬가지로 남이 이해를 하든 말든 나는 잘 먹고 잘 살겁니다.
하지만,
기왕이면 인간들끼리 어울려 잘 살면 좋겠죠. (인간과 자연이 잘 어울려 살아도 좋겠지만 일단은 인간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인간들끼리 잘 어울려 사는 방법도 결국 나에게 달려있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남이 나의 생각과 철학에 맞게끔 행동하게 만들 수도 없고 그럴 자격도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떤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은가는 생각할 수 있죠. 나는 먼저 관심과 신뢰를 보여줄 수 인간인가, 그리고 남이 나에게 관심과 신뢰를 보여줬을 때 기꺼히 관심과 관대함을 보여줄 수 있는 인간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사랑할지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보여줄지 정하는 것도 결국 나 자신입니다.
결국 모든 건 나에 관한 문제입니다.
여러분, 나랑 제일 오래 같이 살 사람은 나라는 걸 기억하세요. 우리는 우리 몸뚱이와 헤어질 수 없어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내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든 평생 같이 가야 할 친구이자 연인이자 가족은 나 자신입니다. 자기 자신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우리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일 수 있습니다.
기회를 주세요.
자기 자신에게, 삶에, 소중한 사람에게, 타인에게. 모두에게요.
관심도 주고 무관심도 주고, 신뢰도 주고 관대함도 보여주세요.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기회를 나에게 주세요.
기회는 바닥에 흩뿌려져 있습니다. 그걸 밟지 말고 주워서 주머니에 넣으세요.
덧.
드라마 모던 러브 추천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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