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아웃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 본문
저는 우울증이나 다른 심리적 병증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면 챙겨보는 편입니다. 한국에선 이런 캐릭터나 내용을 다루는 작품이 많진 않지만 북미 쪽엔 꽤 많은 편이에요.
한국 사회는 정신과 병력을 숨기거나 이상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어떤 식으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가 힘들어요. 기분상 나 혼자만 정신병자이기 때문에 더 심리적으로 고립되고 위축되기가 쉽거든요. 하지만 세상에 미친사람 정말 많고요, 심리적으로 아픈 사람도 정말 많아요. 이런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 힘들 때 일단 미디어를 이용해서 같은 어려움을 겪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보고 듣고 읽으면서 공감을 느끼고 고립감을 해소하면 마음이 좀 편해질 겁니다.
영화 소개이기도 하지만 스포일러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은 우울증이나 심리적 병증을 다루는 영화는 아니지만 인간의 내면이 어떻게 구성되고 형성되는지 아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기억이 적립되고 분류되고 모아놨다가 폐기되기도 하고, 그 중에서 어떤 기억은 자아를 형성하는 것,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자아를 형성하는 어떤 중요한 무대가 붕괴되기도 한다는 것, 그럴 때 힘들거나 우울하거나 괴롭고 그게 정신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 무엇보다 이런 모든 경험이 성장의 단계로 모든 사람이 몇번씩 다 경험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표현은(=공감이 갔던 표현은), 패닉(브레이크다운) 혹은 공황상태(신경쇠약)를 굉장히 현실적으로 보여준 것이었어요. 조종대을 기쁨이가 잡고 있어도 라일리는 슬픔을 느끼고, 슬픔이 조종대를 잡는다고 라일리가 늘 슬퍼하고 우울해하는 건 아닙니다. (라일리의 엄마의 조종대를 잡고 있는 감정은 슬픔이고 아빠의 조종대를 잡은 감정은 버럭이죠.)
공황은 조종대가 고장났을 때 일어납니다. 우울증도 마찬가지에요.
이성이나 감정이 제어되는 상태가 아니어서 패닉이라고 하는 겁니다. 기쁨이가 천하무적의 의지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망가진 제어판을 고칠 순 없습니다. 일단 조종대를 고쳐야죠. 인사이드아웃의 경우엔, 조종대가 업그레이드 되는 걸 기다려야 했지요.
어쨌든 라일리는 이때 본인이 브레이크다운을 경험하고 있다는 걸 모릅니다. 어려서 그럴 수도 있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다른 판단을 못하는 상태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기쁨이는 너무 늦지 않게 우리 삶의 목표가 절대적인 행복이나 기쁨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덕분에 라일리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죠. 그전까지 라일리는 자신이 슬프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외면하고 거부했지만 슬픔을 인지하고 나서야, 부모님의 사랑과 위로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제 생각에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현재 본인의 상태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혹시 이런 상태가 아닐지 걱정하거나 그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하시는 중이겠지요. 어쨌든 현재 상황과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진보한 상태입니다.
조종대가 고장났을 땐 그걸 조종하려고 노력해봐야 소용이 없어요. 까칠이 소심이 버럭이도 굉장히 열심히 노력했지만 안됐죠. 그 애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꼭 제대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라일리의 모든 감정이 라일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빙봉이 왜 자신을 희생하는지 알아주세요. 이건 애니메이션이라고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거등요. 그러니 일단 자각을 하시면 됩니다. 깨달음이 별건가요, 자기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깨닫는 것도 꽤나 위대합니다. 우리도 한번 위대해져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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